노후준비라고 하면 보통 연금이나 주식, 부동산처럼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부터 생각한다. 나 역시 그동안은 노후준비를 그렇게 생각했다. 얼마를 모아야 하는지 계산하고, 연금저축과 IRP를 챙기고, 투자하면서 노후에 필요한 자산을 만들어가는 것이 노후준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노후준비에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혹시 모를 이직이나 실업에 대비해 계속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놓는 것이다.
40대에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다
대학생 때 토익시험을 준비하면서 영어공부를 한 것이 마지막으로 제대로 영어를 공부했던 기억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영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계속했다. 업무 때문에 영어를 사용해야 할 때도 있었고, 해외여행을 가면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특히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영어 듣기가 잘 안 되는 편이었다. 상대방이 영어로 이야기하면 아는 단어인데도 순간적으로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영어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정말 많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영어가 필요할 때마다 며칠씩 공부를 시작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늘 비슷했다. 며칠 동안 열심히 공부하다가 그만두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일을 반복했다.
최근에는 러닝하면서 팟캐스트로 영어 뉴스나 강의 등을 듣기도 했는데 좀 듣는 듯 하다가 잡생각에 빠지기 일쑤였다.
우연히 발견한 영어 낭독 영상
그러다 지난 일요일, 평소처럼 유튜브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Long Tail이라는 채널의 영어 낭독 영상을 보게 됐다. 영어 문장을 듣고 직접 소리 내어 읽는 방식의 영상이었는데, 영상을 보면서 문득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영어공부를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영어공부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다. 우선 짧은 무료 영어 스크립트를 구해서 원어민의 발음을 듣고 따라 말해보기로 했다. 일단 VOA(Voice Of America) Learning Center의 Let’s learn English 프로그램의 대화 부분 스크립트로 시작하고 있다. ChatGPT에게 문의했는데 녹음이 되니까 저작권 문제가 우려되어서 함부로 자료를 못 쓰겠다. VOA는 재배포 등이 허용된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 가지를 더 해보기로 했다. 내가 영어공부를 하는 과정을 유튜브에 기록하는 것이다. 영어공부를 하면서 직접 영상을 촬영해 올리면 조금이라도 더 꾸준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영어로 말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것도 공부였다
처음에는 영어로 말하는 것 자체가 어색했다. 그런데 영어로 말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려니 더 어색하고 창피했다. 내 영어 발음이 이상하게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틀 정도 지나니까 조금씩 익숙해졌다. 영어로 말하는 것도 그렇고 카메라를 켜는 것도 처음만큼 어색하지 않았다. 지금은 영상을 찍고 올리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영어공부 루틴이 되어가고 있다. 아직 시작한 지 5일째라서 영어실력이 크게 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예전과 달리 5일 동안 영어공부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변화다.
그리고 혹시나 동영상을 편집하고 업로드하는게 영어공부보다 중요시되거나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AI 통해서 배경음악을 깔고 제목 등을 동영상에 입히고 업로드하는 것까지 자동화해놨다.
과거의 영상과 비교하면 영어실력도 성장하지 않을까?
이번에 영어공부를 시작하면서 기대되는 것이 하나 있다. 꾸준히 영상을 남기다 보면 과거의 영상과 현재의 영상을 직접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영어 문장을 읽는 것조차 어색했는데 몇 달 뒤에는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읽고 있을 수도 있고, 처음에는 잘 들리지 않던 영어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할 수도 있다. 발음이나 억양도 지금과는 달라져 있을 것이다.
물론 영어실력이 실제로 얼마나 좋아질지는 지금 알 수 없다. 하지만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직접 비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꾸준히 공부할 동기가 될 것 같다. 공부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 어쩌면 이것이 지금까지 했던 영어공부와 가장 다른 점인지도 모르겠다.
낭독 영어공부에서 다른 영어공부로
지금은 짧은 영어 스크립트를 듣고 따라 말하는 영어 낭독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영어 낭독만 계속할 생각은 아니다. 조금 익숙해지면 영어공부에 투자하는 시간도 늘리고, 영어 듣기도 더 많이 해보고 싶다. 실제 대화를 위한 영어공부도 해보고 싶고, 해외여행에서 필요한 영어와 직장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영어도 공부해보고 싶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영어시험 점수가 아니다. 영어 때문에 망설이는 상황을 조금씩 줄이는 것이다. 누군가 영어로 말을 걸었을 때 겁먹지 않고 듣고 대답할 수 있고, 해외여행을 갔을 때 필요한 말을 직접 할 수 있고, 업무에서 영어가 필요한 상황이 생겼을 때 피하지 않을 수 있는 정도면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영어공부를 유튜브에 기록하면 수익도 발생하지 않을까?
사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이것도 조금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영어공부를 기록하기 위해 만든 채널이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채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40대가 되어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사람, 영어를 잘하지 못하지만 영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며칠 만에 포기했던 사람이라면 나의 과정을 보면서 함께 공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채널이 꾸준히 성장한다면 언젠가는 유튜브 수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 그런 것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고작 영어공부와 유튜브를 시작한 지 5일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재미있는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영어공부를 꾸준히 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고, 그 기록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운이 좋다면 수익까지 만들어지는 것. 그렇다면 영어공부 자체가 또 하나의 자산을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노후준비는 돈만 모으는 것이 아니었다
노후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돈만 준비한다고 해서 노후준비가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게 될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이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때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는 능력과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래서 이제는 노후준비의 범위를 조금 넓혀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돈을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계속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것까지 노후준비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영어공부도 그중 하나다.
마흔에 다시 시작한 영어공부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직 나도 모른다. 한 달 뒤에도 계속하고 있을지, 1년 뒤에는 영어로 조금 더 편하게 이야기하고 있을지, 유튜브 채널이 얼마나 성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번에는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한번 끝까지 가보고 싶다.
그리고 몇 달 뒤 어느 날 지금의 영상을 다시 보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 시작하길 잘했네.”
그래서 오늘도 영어 스크립트를 듣고 따라 읽는다. 마흔의 영어공부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작은 영어공부가 나의 노후준비에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지 직접 기록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