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금 계산기는 이미 많다. 그런데 몇 개를 써 보다 같은 자리에서 다 막혔다.
은퇴자금 계산기는 국민연금을 언제부터 받는지 묻지 않는다. 그냥 「연금 얼마」를 넣으라고 한다. 반대로 연금 계산기는 연금액만 놓고 「몇 살까지 살면 미루는 게 이득」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계획을 세워 보면 걸리는 건 그 사이다. 은퇴한 날부터 연금이 나오는 날까지, 자산만으로 사는 구간이 있다.
55세에 그만두고 65세부터 받는다면 그 구간이 10년이다. 이 10년이 필요액의 대부분을 만드는데, 어느 계산기도 이걸 따로 세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할 것 같은데 나는 은퇴는 일찍 하고 싶은데 은퇴 후 국민연금 납부는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언제부터 수령하는게 나은지, 얼마를 모으고 은퇴해야 할지 몰랐다.
그나마 어디서 주워들은게 “월 지출 x 12 x 25”라는 단순한 수식으로 은퇴자금을 계산하는 방법도 있었다. 자금의 4% 이내에서 소비를 하면 된다는 이론 기반인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받을 국민연금과 물가상승률 등이 고려된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산기가 필요했다. 이런저런 변수로 시뮬레이션하면서 은퇴시기나 국민연금 수령/납부 등을 계획하고 싶었다.
아래 숫자는 전부 계산기 첫 화면의 예시값이다
이 글에 나오는 금액은 내 것이 아니라 계산기를 열면 처음 들어 있는 값이다. 그대로 눌러 보면 같은 화면이 나온다.
- 1980년생 · 60세 은퇴 · 85세까지
- 투자 가능한 자산 1억 5,000만원 · 매달 50만원 추가 · 기대 수익률 명목 4%
- 생활비 월 250만원(현재가치) · 물가 3.09%(통계청 2026.8 실측값)
- 국민연금 예상액 월 100만원 · 예상 가입기간 400개월



1. 「연금은 미룰수록 이득」이 늘 맞지는 않았다
미루면 연금은 커진다. 1년에 7.2%씩, 최대 5년까지. 대신 그동안 자산을 더 쓴다.
두 힘이 반대로 걸리기 때문에, 어느 지점을 지나면 은퇴할 때 필요한 돈이 다시 늘어난다. 수령 시점을 60세부터 70세까지 훑으면 필요액이 U자를 그린다.

| 연금 개시 | 월 연금 | 은퇴 시점 필요액 |
|---|---|---|
| 60세 (5년 앞당김) | 70만원 | 4.83억 |
| 65세 (법정 개시) | 100만원 | 4.61억 |
| 67세 (2년 미룸) | 114만원 | 4.56억 |
| 70세 (5년 미룸) | 136만원 | 4.61억 |
70세가 65세보다 나쁘다. 연금은 136만원으로 65세보다 36% 많은데도 그렇다.
더 걸리는 건 그 최저 지점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었다. 다른 값은 그대로 두고 기대수명만 올려 봤다.
- 85세까지 본다 → 67세가 최저
- 90세 → 69세
- 95세 → 70세
- 100세 → 70세 (더는 안 밀린다, 연기가 5년까지라)
오래 살 것 같으면 미루는 쪽이 유리해지는 게 숫자로 보인다. 그러니 이 표는 「67세가 정답」이 아니라 「당신이 넣은 기대수명에서는 이렇다」이다.
2. 일찍 그만두면 국민연금이 깎인다
공단에서 조회한 예상 연금액은 60세까지 계속 낸다는 전제로 나온 값이다. 조회 화면이 스스로 그렇게 적어 둔다.
그런데 55세에 그만두면 60개월이 빠진다. 위 예시값(예상 가입기간 400개월)이라면 340개월이 되고, 연금은 15% 줄어 월 85만원이 된다.
공단 화면의 숫자를 그대로 믿고 계획을 세우면 이 15%가 통째로 빠진 채로 계산된다.
메우는 길은 있다. 임의가입으로 60세까지 계속 내면 된다. 다만 직장에 다닐 때 회사가 내주던 절반이 전부 본인 부담이 된다. 그 돈이 은퇴 후 5년간 매달 나가는 지출이 되므로 필요액도 함께 늘어난다.
나는 55세 은퇴, 65세 수령으로 계산해봤는데 임의가입으로 5년을 더 납부하는게 은퇴자금이 천만원 넘게 덜 필요하다고 나왔다. 5년간 납부해야 되는 돈이 더 필요하지만 65세 이후로 20만원 넘게 수령액이 느니까 그런가보다.
3. 물가 가정 0.59%p 차이로 결론이 뒤집혔다
처음에는 물가를 2.5%로 가정하고 짰다. 그러다 통계청 실측값을 넣었더니 3.09%(2026년 8월, 전년동월비)였다.
0.59%p 차이였는데 「된다」가 「안 된다」로 넘어갔다. 모든 금액을 현재가치로 보려면 수익률에서 물가를 빼고 굴려야 하는데, 명목 4%에서 2.5%를 빼는 것과 3.09%를 빼는 것은 25년을 굴리면 전혀 다른 자리에 떨어진다.
그래서 이 계산기는 물가를 상수로 박지 않고 매달 통계청 값을 받아 온다. 화면 위에 그 값과 기준월이 함께 적혀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2026.8 기준 3.00%)도 옆에 놓여 있지만 계산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 기대 수익률을 스스로 정할 때 보라고 사실로만 실은 것이다.
물가상승률에 따라서 돈의 가치가 하락하니 그만큼 은퇴자금으로 수익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예적금으로 노후준비를 하면 안 된다는 결론이다. 난 일단 기대수익률을 5%로 잡았는데 연금저축과 IRP 등 절세계좌를 이용해 투자를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쓰는 법 — 넣을 것은 세 종류뿐이다
- 나이 — 태어난 해, 몇 살까지 볼지. 연금 받는 나이는 묻지 않는다. 출생연도에서 법정 개시연령을 읽는다(1969년생 이후는 65세).
- 투자 — 지금 투자할 수 있는 돈(살고 있는 집은 뺀다), 기대 수익률
- 국민연금 — 공단 조회 화면의 세 값을 그대로
미리 깎아서 넣지 않는다. 조기수령도, 일찍 그만둬서 가입기간이 주는 것도 계산기가 반영한다. 사람이 한 번 깎고 계산기가 또 깎으면 두 번 깎인다.
그다음은 슬라이더 넷을 끌어 보면 된다. 은퇴 나이, 매달 넣을 돈, 생활비, 연금 받기 시작하는 나이. 끌면 맨 위 숫자와 그래프가 함께 움직인다. 부족하면 슬라이더에 눈금이 하나 생긴다 — 「여기까지 오면 메워진다」는 자리다.
넣은 값은 서버로 보내지 않는다
계산은 전부 브라우저에서 돈다. 값은 그 기기에만 남고 「지우기」로 즉시 지울 수 있다. 자산과 연금액을 넣는 계산기라 이 부분은 분명히 해 두고 싶었다.
여기까지만 믿어 주세요
- 조기·연기 조정률은 원래 세전 금액에 걸린다. 이 계산기는 공단 화면이 굵게 보여 주는 세후 금액을 받아 그대로 곱하므로, 당겨 받는 쪽을 1%쯤 적게 잡는다.
- 조기수령 중에 소득이 있으면 연금이 줄거나 멈춘다. 이 경우는 세지 않는다.
- 퇴직연금·개인연금·주택연금·건강보험료·세금은 다루지 않는다. 생활비는 「내 몫만」 넣는 것을 전제로 한다.
- 물가와 수익률은 해마다 일정하다고 가정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계산 방법과 한계는 이 계산기가 하는 일에 더 자세히 적어 두었다.
직접 해 보기
이건 추천하는 도구가 아니다. 「이때 받으세요」를 말하지 않는다. 내놓는 것은 넣은 값에서 나오는 사실뿐이고, 그 사실을 보고 무엇을 할지는 각자가 정한다.
참고 안내
이 글은 직접 만든 계산기를 쓰면서 정리한 기록이며,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계산 결과는 입력한 가정(수익률·물가·수령 시점)에 따른 값이고, 실제 국민연금액과 세금·건강보험료는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본인에게 있습니다.